무녀리씨 떡밥을 던지다. (초한지)

6권中

그런데 한 가지 여기서 다시 따져볼 일은 수수 싸움을 기록하는 사서(史書)의 이중적인 태도이다. ‘사기’의 항우본기(項羽本紀)에는 곡수 사수의 싸움과 아울러 수수의 싸움도 별개로 올라 있다. 그러나 고조본기(高祖本紀)에는 곡수와 사수의 싸움이 빠져 있다. ‘한서(漢書)’도 그와 같은 ‘사기’의 예를 따라 항적전(項籍傳)에는 수수와 곡수 싸움이 들어 있고, 고제기(高帝紀)에는 그 싸움이 빠져 있다. 그리고 ‘자치통감’에는 두 싸움이 모두 기록되어 있으나 주(注)를 통해 곡수가 곧 수수임을 밝히고 있다.

(중략)

그렇다면 사실(史實)에 엄밀했다는 사마천은 왜 ‘사기’에다 그렇게 이중적인 기록을 남겼을까. 아마도 사마천은 한고조 유방과 초패왕 항우를 각기 달리 떠받드는 두 갈래의 구전(口傳)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그리하여 고조본기를 쓸 때는 고조의 참담한 패전을 되도록이면 축소해 얘기하는 구전을 채택하고, 항우본기에서는 항우의 무용(武勇)을 화려하게 과장한 구전을 선택한 것으로 짐작된다. 하지만 싸움의 양상이 어딘가 비슷하고 물에 빠져 죽은 군사가 양쪽 모두 똑같이 십여만 인(十餘萬人)인 것, 그리고 ‘자치통감’의 주 같은 것들로 미루어 그 싸움은 같은 싸움을 두 가지로 꾸며 얘기한 듯한 의심을 버릴 수가 없다.

요즘 날도 더운데 초한지를 읽고 있지 말입니다. 뭐 극우인사에 정치적으로 파장을 일으키고 있지만, 이 양반이 쓴 편역 소설들도(삼국지,수호지) 나름 재미있게 읽고 있지 말입니다.'ㅅ'

그럼에도 떡밥에 넘어가실 분을 위해 몇 자 적고자 합니다. (내가 유식을 자랑하는 것은 아니지마는, 여포가 몽골인이라서 실은 폄하 되었다는 둥, 원균이가 실은 졸라 명장이었다능, 위연이 비범한 유언장이 남겼다는 걸....? 이런 소리는 참 듣기 괴롭지 말입니다.) 초한지가 좀 팔리는데다가 네임벨류 있는 작가의 풀이만 철썩같이 믿고 시중에 떠도는 낭설이 또 한 가지가 추가될까봐 두려운 마음에 몇 자 적어봅니다.

그토록 많은 중국 고전을 읽으셨단 분이 역사에 관심만 가진 아마추어도 아는 기전체 구성방식을 모르는 것인가 하는 고민을 잠깐 했습니다. 아시는 분은 알겠지만, 그래도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서 사족.

시간 식으로 쓴 걸 편년체라고 하고, 인물별으로 쓴 걸 기전체라고 하는데, 전자는 공자 할배가 쓴 춘추(관운장이 이거 오덕...), 후자로는 -엄밀한 의미로는 좀 아니지만- 사마천의 사기가 해당될 수 있음.(파고들면 주제별로 하는 기사본말체도 있지만 편의상 일단 이 두 개로 하겠음.)

편년체는 시간 순으로 씁니다. 읽기 편하지만 주제를 요약하려면 첨부터 다 찾아봐야합니다. 가령, 삼국지를 편년체로 쓴 책이 있는데, 촉나라의 장비에 대한걸 알고 싶다, 하면 책에서 관련 부분을 다 숙지해야하고, 따로 발췌 정리해야한다는 것이지요. 시간낭비입니다.

이걸 절약하는 방식이 기전체입니다. 그런데 기전체라고 단점이 없는 거 아닙니다. A급 인물이 황제나 제후에 버금갈 때, 가령 혀에 마가린 바른 소진처럼 6국 재상 먹은 놈이 나올 때 사건의 여기저기에 끼어듭니다. 그걸 다 쓴다면 열전의 부피가 지나치게 커진다는 말이죠. 그리고 다른 인물들과 사건이 중복됩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느냐?

갑 이라는 인물이 한건 별로 없는데 위치상 열전에 실릴만한 가치가 있다면, 그 갑의 열전에 소진이 언급되거나 등장한 대목을 편입시킵니다. 대신 소진의 기록에는 그 기사를 생략하는 것이지요. 그럼 소진에게만 쏠리는 것을 덜고 기록이 별로 없는 갑이라는 열전의 부피를 어느 정도 갈음할 수 있습니다. 중복 문제도 피할 수 있으니 이 어찌 기쁘지 아니하겠습니까? 이런 식이기 때문에 그 시대에 중요한 인물이나 사건일수록 다른 이들의 열전에 그 행적이 많이 흩어져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고조본기에는 없는 게 항우본기에는 실려 있는 겁니다.(게다가 둘은 초장부터 막판까지 피터지게 싸웠고, 너무 밀접해있기 때문에 편차가 클 수 밖에 없습니다.) 서술 방식이 그런거지 사서 기록이 딱히 이중적이고 뭐고 할 게 아니죠.=_=

ps- 이설異說 문제도 언급하는데, 뭔가 거창하고 특별한 의도가 있기보다는 글 쓴 놈의 취사가 그리 된 것일 뿐이지요.(같은 지면에 연달아 쓰는거보다는, 위에서 써먹은 거처럼 열전별로 흩어버리는 거지요.) 일단 신빙성이 있음 기록하고 보는 겁니다. 너무 허황된거는 물론 안씁니다만, 그럴 듯한 것은 윤색해서 달아두는 경우가 꽤 됩니다. 사기의 문제만은 아니고 다른 25사에도 많이 보이는 유형입니다.

by B사감 | 2008/07/16 14:23 | 감상비평 | 트랙백 | 덧글(16)

N.F.S.C

Netsgo Fantasy Story Club 를 아시는지....

제가 대삽이 되었습니다. 사람이 워낙 없다보니(쿨럭)

아니 뭐, 다 떠나고 황폐해진 공간입니다만....살리긴 살려야지요.

그나마 다행이라면 쇠락한 클럽 하나 살려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아무것도 모르는 지경은 아니라는 정도?

딴 거 필요없고, 저랑 같이 ~이문 시리즈에 참여한 분들을 우선적으로 조지(?)겠습니다. ㅇㅋ?


by B사감 | 2008/06/29 15:48 | 횡설수설 | 트랙백 | 덧글(3)

"자네가 귀신처럼 독촉하니 하는 수 없이 쓴다."

일화 한 토막.

일본에 한 작가가 있는데 모친상을 당했다.
담당 편집자도 조문을 왔다.
서로 상견례를 하고 나더니 편집자가 손을 내밀었다.
"그래서 글은?"
결국 그 작가는 상중에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서 원고를 넘겨줘야 했단다.


후일 그 작가가 회고하듯이 말한 대사가 저 제목이다. 저렇게 철두철미하게 받아낸 것도 감탄스럽다. 옆 이글루에 있는 모 님에게도 그리고 앞으로 떡밥에 낚인 몇몇 분에게도 위와 같이 충실(?) 해질 것이라 다짐해본다.(낄낄)

그건 그렇고, 편집자와 작가 사이에 평소 인간적인 유대가 강하지 않았더라면 편집자도 강하게 요청하기는 어려웠을 것이고 작가도 군말 없이 원고를 써넘겨주지 않았을 것이다. (작가와 편집자 사이에 파장이 안맞아서 외다리 원수가 되는 경우도 왕왕 있으니.;)

간혹 내 글을 쓰기 바빠 죽겠는데 왜 오지랖 넓게 참견하느냐, 라는 생각이 설핏 들라치면 종종 떠오르는데 저 일화다. 저 두 콤비가  있기에 한 작품이 온전히 나오는 것이 아닐까?  같이 공동작업하다보면 남과 남을 "우리" 라는 틀에 녹이는 것도 개인 습작 못지 않게 공부가 된다고 믿는다.

by B사감 | 2007/11/01 12:45 | 횡설수설 | 트랙백 | 덧글(6)

◀ 이전 페이지다음 페이지 ▶